새해 들어 미·중의 글로벌 패권 경쟁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관건은 미국의 승리 전략일 것이다. 이에 관한 미 국제정치학자들의 최근 담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것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economy, stupid).”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내건 구호가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30년 만에 ‘복권’되고 있는 것이다.미 브루킹스연구소 국제정치학자 라이언 하스(Ryan Hass)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Stronger(더 강한)’에서 기술혁신이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단언
현실주의 외교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저서 ‘외교(Diplomacy)’에서 “외교의 목표는 전쟁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통찰은 우리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한 가지 중대한 물음을 던질 때가 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늘날 치열한 미·중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중심의 세계질서가 또다시 세계대전으로 치닫는 걸 막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냉전 종식 이후 유지되어 온 강대국 간 평화 시대를 유지시키는 관건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우선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현재 중국을 상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국제정치라는 초도덕적 세계에서는 비극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성과 결과의 불가측성을 받아들이면 부적격한 선(善)으로 악(惡)을 제거하기보다 악을 보다 덜한 상태로 만드는 현실주의 외교가 낫다고 주장한다. 현실주의 외교가 가능해지면 비극을 관리해볼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현재 미국이 처한 국제적 현실이 통제하기 힘들어진 후자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말 아프간 사태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재개라는 두 개의 국제정치적 비극에 잇따라
지난 7월 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야반도주하듯 철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한 지 달포도 안 돼 이 나라의 친미 정권이 무너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본 채 점령당한 것이다. 아프간 사태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국내는 물론 다른 동맹국들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로 인해 약화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공약한 바
문재인 정부가 올해 초부터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과 막후 협상을 추진해왔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실제 필자가 여러 대북 당국 관계자들에게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간 남북은 우리의 국정원과 북한의 국가보위부 간 핫라인을 통해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작년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면서 차단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청와대가 지난 7월 27일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재가동한다고 발표한 데서 확인된다. 통신연락선이 끊긴 상태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가능했다는 것은 국정원-국가보위부 비밀 라인이 가동됐다는
지난 5월 2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 성명의 최대 특징은 ‘친미(親美)’와 ‘반중(反中)’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에 이루어진 △대북 정책 △코로나19 백신 협력 △쿼드 등 대중 견제 △반도체·배터리 신기술 협력 △미사일 사거리 제한 지침 종료 등 5대 합의 중 뒤의 3개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로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이 같은 분석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대중 및 대미 노선의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문 정부는 2017년 12월 1
‘트럼프는 떠나더라도 국익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주의(trumpism)는 남을 것이다.’지난해 12월 14일 508명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후보는 302표로 과반수 득표를 함으로써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의 1월 20일 취임이 확정되면서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어떻게 경영할지 그 대전략(grand strategy)에 모아지고 있다.바이든 행정부의 대전략과 관련해 제일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선 전부터 예상됐던 것처럼 미국의 ‘블롭(the Blob)’이 ‘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국익 우선주의가 더욱 본격화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시즌 2’가 열릴까, 아니면 바이든의 당선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 붕괴도 불사하는 공격적인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이 추진될까?이도 저도 아니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어려운 경제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평시엔 동맹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견제하면서 유사시에만 본토에서 군사력을 파견하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 본격화할까?패권과 국익 사이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패권 도전에 맞서 자유주의 진영의 동맹국과 협력국가 등을 상대로 참여를 설득해오고 있는 ‘반중(反中) 글로벌 연합’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인가?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글로벌 연합의 형태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EPN 참여 제안을 받은 건 지난 6월 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 때처럼 중국에 제재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이